과거 생명 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부족했을 때 생물만이 가진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생명력설’ 또는 ‘생기설’이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즉, 생물이 무생물과 다른 점은 ‘생명력’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인데,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력’이란 실체가 모호한 허구적인 개념입니다.
모든 생명 현상은 물리적, 화학적인 법칙으로 설명되며 물리적, 화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생명체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은 없다는 것이 오늘날의 대다수 과학자의 견해입니다.
그러나 일반인에게는 아직도 생명력이라는 다소 비과학적인 생각이 남아있는데, 무정란보다 유정란이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유정란, 무정란이란?
암탉이 수컷과 교미를 한 후에 알을 낳으면 달걀 속에 들어 있는 노른자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수정란의 상태가 되고, 암탉이 수컷과 교미하지 않고 그냥 알을 낳으면 달걀 속의 노른자는 미수정란 상태로 나옵니다.
노른자가 수정란인 달걀을 유정란이라고 하고, 노른자가 미수정란인 달걀을 무정란이라고 합니다.
유정란은 노른자가 수정란이므로 부화기에 넣어 두면 병아리가 됩니다.
무정란은 노른자가 미수정란이므로 아무리 조건을 잘 갖추어 주어도 병아리가 되지 않습니다.
이것을 두고 유정란은 무정란과 달리 생명력이 있는 뭔가 특별한 식품인 것처럼 선전하여 비싼 값을 받고 있습니다.
유정란 무정란 영양성분 차이
그러나 영양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유정란과 무정란은 차이가 없습니다.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는 정자 한 개의 차이입니다. 정자에는 영양 물질이 거의 없습니다.
설사 유정란의 생명력을 인정한다고 쳐도 소비자가 달걀을 사는 이유는 병아리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요리해서 먹으려는 것입니다.
요리하는 과정 또는 소화하는 과정을 통해 유정란의 생명력은 파괴됩니다.
하지만 유정란이 영양학적인 면에서 무정란보다 더 뛰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자가 들어갔기 때문이 아니며, 생명력이 있기 때문도 아닙니다.
알을 낳는 암탉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유정란을 무정란보다 비싸게 사 먹는 이유는 영양학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생명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암탉에게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제공하는 대가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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